비타민의 발견과 합리적 비타민 섭취법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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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무시하는, 지구 유일의 민족이 우리여서인지 일본의 저력을 잊고 있다가 일본이 비타민 연구에서도 세계 최초였다는 것을 돌이키고 뜨끔했습니다.
1910년 오늘(12월 13일) 스즈키 우메타로 도쿄대 농대 교수가 도쿄화학회의에서 세계 처음으로 ‘미지의 영양소’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시즈오카 현에서 태어난 스즈키 교수는 15세 때 부모 몰래 도쿄로 와서 이듬해 도쿄대 농예화학과에 입학했고 모교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스위스와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그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지각 이상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각기병’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는데 러일전쟁 중의 전사자, 병사자 중 절반가량이 각기병 환자일 정도로 이 병이 당시 골칫덩이였다고 합니다. 스즈키는 쌀겨에서 각기병을 치료한 물질을 추출해 ‘아베리 산’이라고 명명했다가, 나중에 산(酸)이 아닌 것을 알고 2년 뒤 국제학술지 논문 발표 때 오리자닌으로 개칭합니다.
스즈키만 각기병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883년 일본 해군 군의관이었던 다카키 가네히로는 도정한 백미만 먹으면 각기병이 잘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해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백미와 각기병의 연관성을 밝혔습니다. 다카키는 각기병을 예방하는 성분이 쌀이나 보리의 겨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 식단을 바꿨지요. 이 공로로 해군 군의총감까지 올라갔고 남작 작위를 받아 ‘보리 남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앙 아이크만은 다카키의 발견보다 늦은 1887년 백미를 먹여 키운 닭이 각기병에 걸린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지요.
1913년 폴란드의 생화학자 카시미르 펑크도 스즈키의 논문과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펑크는 자신이 추출한 ‘아민(Amine.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화합물)’이 생명(Vita)에 꼭 필요하다는 뜻으로 ‘비타민(Vitamine)’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각기병을 일으키는 비타민B는 각기병과 관련해서 B가 붙었는데, 각기병은 스리랑카 싱할라어로 “나는 할 수 없다”는 뜻의 ‘Beri-beri’에서 왔다고 합니다. 곧이어 야맹증과 관계있는 비타민을 발견한 미국 연구진이 수용성인 B에 대립해서 ‘지용성 A’로 명명했고 이것이 비타민A로 바뀌었습니다. C부터는 알파벳 순서대로 이름이 붙었다고 하고요.
그러나 스즈키와 다카키, 펑크 등은 비타민과 관련한 노벨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1929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이들에 앞서 4대 영양소 외에 생명에 중요한 영양소의 존재를 제안한 영국의 프레드릭 홉킨스와 크리스티앙 아이크만이 받았습니다. 당시 국력과 상관 있어서일까요?
어쨌든, 한동안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비타민 결핍에 대해서 A=야맹증, B=각기병, C=괴혈병(체내 각 기관에서 출혈이 생기는 병), D=구루병(주로 유아에서 뼈가 휘어지는 병) 등으로 소개했고 학생들은 ‘야각괴구’를 외웠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비타민의 효능에 대해서 연구가 쏟아져 나와 각 비타민의 열풍이 되풀이됐습니다. 비타민A는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의 항암작용이 알려지면서 암 예방 영양소로 각광을 받았지요. 비타민B는 온몸을 활기차게 하는 영양소로 떠올랐고, 이 가운데 엽산은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기 위한 ‘임신부 필수영양소’로 자리매김했지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고 한 번은 ‘도둑맞은’ 라이너 폴링이 주장한 ‘비타민C 유용성’은 세계를 흔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왕재 전 서울대 의대 교수를 통해 열풍이 불었죠? 비타민D는 애초에는 뼈 건강에 좋다고만 알려졌지만 세포활성과 면역력에 관계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근 연구 열풍이 불고 있고요. 비타민E는 항산화제로 사랑받고 있고요.
그렇다면 비타민을 어떻게 섭취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현미, 통밀, 통보리 등 전곡류 위주로 밥을 먹고 반찬을 골고루 먹어서 음식으로 섭취하는 걸 겁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음식만으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기 힘듭니다. 바빠서 영양을 충분히 못 챙긴다면 종합영양제를 복용하면 좋을 듯한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술자리가 끊이지 않는 한국인은 비타민 B1(티아민), B6(피리독신), B9(엽산) 등 B군과 비타민C가 부족하기 십상입니다. 이들 비타민은 넘치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수용성이므로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지 않는다면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또, 대다수 한국인은 평소 햇볕을 충분히 쬐지 못하고 음식을 통해서도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혈중 비타민D를 체크하고 결핍 또는 부족이라면 영양제로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60대 이상은 비타민B12(시아노코발라민)과 코엔자임Q10 등을, 폐경기 이후 여성은 엽산과 칼슘 등, 술꾼은 비타민B군을 더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적절한 운동과 여가생활, 금연, 절주, 규칙적 수면과 식사 등 건강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겠지요?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끔 하고, 감사와 봉사로 ‘마음의 비타민’을 활성화하면 몸에도 좋다는 것도 잊지 마시기를….
출처: 코메디닷컴